marketing
한국 e-business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
말혼자
2004. 9. 9. 11:09
우리나라 e-business 기업들의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 영역 가운데 순수 인터넷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포탈, 인터넷 쇼핑, 게임, 온라인 서점 등을 대상으로 그간의 e-business 성과를 되짚어 본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은 우리 나라의 인터넷 빅뱅기였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새로운 환경에 모험 정신으로 무장한 다수의 벤처 기업,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초반의 장미빛 기대를 뒤로 하고 일부는 낙제점을, 일부는 성공적인 안착으로 작지만 알찬 결실을 보고 있다. 한국이라는 안방에 국한된 사업 영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활발한 시점이다.
조금씩 우리나라 온라인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 가운데 순수 인터넷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포탈, 인터넷 쇼핑, 게임, 온라인 서점 등의 e-business 성과를 통해 한국 소비 시장의 주요 특징들을 되짚어 본다.
비즈니스 아이템의 수명 주기가 짧았다
우리나라 e-business 특성의 하나로 사업 모델이나 아이템들의 수명 주기가 상당히 짧았다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동안 e-business 업계에는 수 많은 스타 기업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기업들, 비즈니스 아이템들도 적지 않다. 한 때 아이러브스쿨, 인티즌, 심마니 등은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던 화려한 스타들이었다. 아이러브 스쿨은 2000년 9월 당시에는 전세계 사이트 가운데 6위의 페이지 뷰에 랭크될 정도로 막강한 사세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시장에서도 50~60위 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의 경우에도 수명 주기가 짧은 편이다. 이제 막 최정상에서 멈칫하는 아바타의 예를 보자.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분신에게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아바타 서비스는 인터넷 광고에 이은 또 하나의 중요한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바타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바타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세이클럽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 해 수준인 80억원 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바타에 환호하던 시기가 불과 1년 남짓, 비교할 데 없이 짧은 수명 주기이다. 다음(Daum)의 카페, 프리챌의 커뮤니티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싸이월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언제 식을 지 모르는 일이다.
● 변덕스러운 한국 소비자들
온라인 시장 진입 초기에 새로운 서비스에 쏠리는 소비자 관심의 크기는 이후의 몰락을 더욱 초라하게 한다. 대부분의 e-business 사업들은 초기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신 한 번 식상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썰물처럼 일거에 빠져 나간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빠른 변화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도 한 몫 거든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휴대폰 교체 주기를 들 수 있다. 현재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1년 6개월에 한 번 꼴로 휴대폰을 바꾼다고 한다. 가입과 이탈에 훨씬 자유로운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나홀로 성장이 아닌 동반 성장이었다
흔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나 지출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틀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난 3~4년간의 시장 추이는 상식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 대상이 된 모든 산업에서 e-business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도 동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매 유통업의 경우를 보자. 1998년만 해도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인터넷 쇼핑몰 매출 규모는 2003년 6조 9천억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으로 오프 라인 시장이 상당히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동일한 기간 경제 성장도 미미하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물론이고 재래시장, 대형 할인점, 백화점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소매 시장 유통업의 성장 추이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그림> 참조). 전체 소매 유통업 규모는 1998년 88조에서 2003년에는 140조 규모로 성장한다. 물론 1998년에는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집계에도 포함되지 못하던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률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 쇼핑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동반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은 서점, 게임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의 성장이 눈부시다(<표 1> 참조). 2000년 567억원 매출에서 2002년 5,254억원으로 연평균 200% 성장한 셈이다. 교보, 종로 서적 등 오프라인 서점이 가격 인하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이 축소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장 매출의 절대액은 확대되었다. 오프라인 서점 자체 매출은 2000년 2,115억원에서 2002년 3,114억원으로 증가하였다.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시장 성장에 일조를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온라인의 소비 부양 효과 큰 편
이에 대한 설명으로, 먼저 온라인 사업이 오프라인 영역에 끼치는 소비 부양 효과를 들 수 있다. 서점의 예를 보면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책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일이 상당히 수월해 진 것이 사실이다. 이전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 온라인에서의 책 읽기 습관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이 되는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의 성장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프라인 서점 역시 동반 효과에 기대어 사세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소매 유통업에서 두드러지는 내용으로 취급 제품 카테고리 확대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이전에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던 품목들이 할인점,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취급되고 있다. 할인점을 기존의 동네 슈퍼마켓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식음료 이외에도 가구, 가전 제품, 가정용 공구, 제빵·제과 등을 모두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취급하는 제품의 카테고리는 할인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다.
붙박이 시장 선도자가 없었다
지난 해 말 한 인터넷 전문 조사업체가 발표한 ‘올해의 인터넷 이슈’ 중 1위는 야후를 제치고 포탈 사이트 2위에 등극한 NHN의 ‘네이버’ 스토리였다. 단순한 검색 방식에 머물던 시장에서 ‘지식 검색’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의 성공이 기여한 바 크다. 네이버를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네이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4월 순방문자 수 1천8백90만 명을 기록하면서 2위 야후를 제치고 처음으로 3위에 올라섰다. 네이트는 2002년 12월 만해도 월 방문자 수 890만 명으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업체였으나 라이코스와 합병, 자매 사이트인 싸이월드의 인기 등에 힘입어 선두권에 안착했다.
흔히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선점자 우위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지게 되어 후발 주자들은 새로운 시장 침투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 인터넷 포탈 초기의 강자 야후의 선점자 우위가 그렇게 빨리 깨어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국내 주요 포탈 상위 5개 업체의 성과를 보자.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부분이 지난 3년간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의 부침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표2> 참조). 야후 코리아는 한 때 상당 기간 1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10% 수준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2001년 15%에 불과했던 네이버(NHN)는 2003년 40%로 선두가 된다. 2001년 16%에서 한 자리 수로 추락한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의 성장이 기대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상위 5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2000년 삼성몰이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LG홈쇼핑의 인터넷 쇼핑 부문 매출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으나 2002년에는 1위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상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2000년 당시 43%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교보문고가 3년 후 16%로 추락하고 있다(<표3> 참조). 이 과정에서 후발 주자인 모닝365, 알라딘 등이 성장하면서 인터파크와 함께 4개 업체가 10% 내외의 유사한 시장 비중을 보이고 있다.
● 과점 경쟁 하에서 점유율 변화가 심한 편
전체적으로 볼 때 1~5위 상위 업체들간 과점 균형 가운데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따른 점유율 기복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바타가 뜨던 당시에는 네오위즈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지식 검색이 뜨면서 네이버가, 싸이월드가 히트하면서 네이트 닷컴이 부상하는 식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에도 가격 인하 폭이 큰 곳을 찾아 소비자들의 부침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사간 제공하는 서비스간에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이 된다.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 단골을 쉽게 저버린다. 아바타, 지식 검색, 블로그 등도 처음에야 새롭지만 얼마 안가 모든 경쟁 사이트에 장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다시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서비스보다 가격 요인에서 오히려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특정 서점이 가격을 인하하면 경쟁 서점이 동반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가격 추락이 결국은 결국 제3자가 중재에 나서 도서 가격 정찰제로 일단 조정이 되었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시시각각 가격 인하 변동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상황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제품, 서비스가 크게 차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게 된다. 경쟁사의 모든 정보를 얼마든지 쉽게 획득하는 소비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기대하는 일도 소용없는 일이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생각보다 한 발 앞서가는 노력이 절실해진다.
토종 무대에서는 강했지만 글로벌화는 갈 길 멀다
우리 나라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요한 특징 으로 토종의 파워가 유독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점, 인터넷 쇼핑은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인터넷 포탈, 온라인 게임에서 두드러진다.
인터넷 포탈에서 야후,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고전하는 일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검색 시장의 32%를 차지하는 구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은 다음을 필두로 네이버, 네이트 등이 시장 초기의 강자인 야후, 라이코스 등을 누르고 상위권을 공고하게 지키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 산업에서 유독 토종이 득세하는 영역이다. 국내 게임 시장은 시장 초기부터 해외 제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세분화 된 게임 영역으로 보면 아케이드 게임의 80%, PC게임의 85% 이상을 외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일본 제품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만은 넥슨, 엔씨 소프트 등 국내 기업들의 독무대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토종시장에서 보여준 우세를 보기 어렵다. 올해 8월, 다음은 미국의 라이코스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라이코스는 미국 내 인터넷 포탈 순방문자 수에서 9위에 랭크되어 있는 기업으로 이미 42개국에서 20개 언어로 전세계 4,500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탈 서비스의 본격적인 세계화 신호탄인 셈이다.
사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NHN은 이미 2000년에 일본에 진출하여 한게임재팬이라는 게임 포탈을 통해 현재 6백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6월초에는 조심스럽게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기도 하였다. 우리와 시장 환경, 국민 정서가 유사한 일본 시장에 다음, 네오위즈 등 국내 포탈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 가운데 세계화 수준이 가장 높은 엔씨소프트의 지난 해 해외 매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주요 포탈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했다고 하지만 게임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라이코스의 브랜드 가치는 득이 될 터이지만 다음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메일, 커뮤니티 등을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는 데는 기존 장벽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 온라인 사업에서의 토착화 요구 높다
흔히 온라인 산업이 오프라인에 비해 글로벌 장벽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수의 사용자들이 북적대고 경쟁 기업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대개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국 소비자에게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방문자들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끊임없이 고객 입맛을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사업에서 토종 기업이 유독 강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까다롭기 이름난 한국 소비자들을 대응하는 일은 글로벌 선두 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의 검색 능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지식 검색, 카페, 싸이월드 등의 정교한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인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향후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e-business 사업에서 아직까지 절대 강자는 없는 듯하다.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인 닻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후의 경쟁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오프라인에 비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성과의 부침이 심한 온라인 사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성향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기업이 지속적인 승리를 쌓아 갈 것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끝-
우리나라 e-business 기업들의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 영역 가운데 순수 인터넷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포탈, 인터넷 쇼핑, 게임, 온라인 서점 등을 대상으로 그간의 e-business 성과를 되짚어 본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은 우리 나라의 인터넷 빅뱅기였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새로운 환경에 모험 정신으로 무장한 다수의 벤처 기업,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초반의 장미빛 기대를 뒤로 하고 일부는 낙제점을, 일부는 성공적인 안착으로 작지만 알찬 결실을 보고 있다. 한국이라는 안방에 국한된 사업 영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활발한 시점이다.
조금씩 우리나라 온라인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 가운데 순수 인터넷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포탈, 인터넷 쇼핑, 게임, 온라인 서점 등의 e-business 성과를 통해 한국 소비 시장의 주요 특징들을 되짚어 본다.
비즈니스 아이템의 수명 주기가 짧았다
우리나라 e-business 특성의 하나로 사업 모델이나 아이템들의 수명 주기가 상당히 짧았다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동안 e-business 업계에는 수 많은 스타 기업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기업들, 비즈니스 아이템들도 적지 않다. 한 때 아이러브스쿨, 인티즌, 심마니 등은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던 화려한 스타들이었다. 아이러브 스쿨은 2000년 9월 당시에는 전세계 사이트 가운데 6위의 페이지 뷰에 랭크될 정도로 막강한 사세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시장에서도 50~60위 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의 경우에도 수명 주기가 짧은 편이다. 이제 막 최정상에서 멈칫하는 아바타의 예를 보자.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분신에게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아바타 서비스는 인터넷 광고에 이은 또 하나의 중요한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바타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바타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세이클럽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 해 수준인 80억원 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바타에 환호하던 시기가 불과 1년 남짓, 비교할 데 없이 짧은 수명 주기이다. 다음(Daum)의 카페, 프리챌의 커뮤니티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싸이월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언제 식을 지 모르는 일이다.
● 변덕스러운 한국 소비자들
온라인 시장 진입 초기에 새로운 서비스에 쏠리는 소비자 관심의 크기는 이후의 몰락을 더욱 초라하게 한다. 대부분의 e-business 사업들은 초기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신 한 번 식상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썰물처럼 일거에 빠져 나간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빠른 변화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도 한 몫 거든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휴대폰 교체 주기를 들 수 있다. 현재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1년 6개월에 한 번 꼴로 휴대폰을 바꾼다고 한다. 가입과 이탈에 훨씬 자유로운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나홀로 성장이 아닌 동반 성장이었다
흔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나 지출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틀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난 3~4년간의 시장 추이는 상식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 대상이 된 모든 산업에서 e-business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도 동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매 유통업의 경우를 보자. 1998년만 해도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인터넷 쇼핑몰 매출 규모는 2003년 6조 9천억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으로 오프 라인 시장이 상당히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동일한 기간 경제 성장도 미미하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물론이고 재래시장, 대형 할인점, 백화점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소매 시장 유통업의 성장 추이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그림> 참조). 전체 소매 유통업 규모는 1998년 88조에서 2003년에는 140조 규모로 성장한다. 물론 1998년에는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집계에도 포함되지 못하던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률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 쇼핑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동반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은 서점, 게임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의 성장이 눈부시다(<표 1> 참조). 2000년 567억원 매출에서 2002년 5,254억원으로 연평균 200% 성장한 셈이다. 교보, 종로 서적 등 오프라인 서점이 가격 인하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이 축소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장 매출의 절대액은 확대되었다. 오프라인 서점 자체 매출은 2000년 2,115억원에서 2002년 3,114억원으로 증가하였다.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시장 성장에 일조를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온라인의 소비 부양 효과 큰 편
이에 대한 설명으로, 먼저 온라인 사업이 오프라인 영역에 끼치는 소비 부양 효과를 들 수 있다. 서점의 예를 보면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책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일이 상당히 수월해 진 것이 사실이다. 이전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 온라인에서의 책 읽기 습관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이 되는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의 성장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프라인 서점 역시 동반 효과에 기대어 사세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소매 유통업에서 두드러지는 내용으로 취급 제품 카테고리 확대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이전에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던 품목들이 할인점,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취급되고 있다. 할인점을 기존의 동네 슈퍼마켓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식음료 이외에도 가구, 가전 제품, 가정용 공구, 제빵·제과 등을 모두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취급하는 제품의 카테고리는 할인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다.
붙박이 시장 선도자가 없었다
지난 해 말 한 인터넷 전문 조사업체가 발표한 ‘올해의 인터넷 이슈’ 중 1위는 야후를 제치고 포탈 사이트 2위에 등극한 NHN의 ‘네이버’ 스토리였다. 단순한 검색 방식에 머물던 시장에서 ‘지식 검색’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의 성공이 기여한 바 크다. 네이버를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네이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4월 순방문자 수 1천8백90만 명을 기록하면서 2위 야후를 제치고 처음으로 3위에 올라섰다. 네이트는 2002년 12월 만해도 월 방문자 수 890만 명으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업체였으나 라이코스와 합병, 자매 사이트인 싸이월드의 인기 등에 힘입어 선두권에 안착했다.
흔히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선점자 우위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지게 되어 후발 주자들은 새로운 시장 침투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 인터넷 포탈 초기의 강자 야후의 선점자 우위가 그렇게 빨리 깨어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국내 주요 포탈 상위 5개 업체의 성과를 보자.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부분이 지난 3년간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의 부침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표2> 참조). 야후 코리아는 한 때 상당 기간 1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10% 수준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2001년 15%에 불과했던 네이버(NHN)는 2003년 40%로 선두가 된다. 2001년 16%에서 한 자리 수로 추락한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의 성장이 기대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상위 5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2000년 삼성몰이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LG홈쇼핑의 인터넷 쇼핑 부문 매출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으나 2002년에는 1위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상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2000년 당시 43%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교보문고가 3년 후 16%로 추락하고 있다(<표3> 참조). 이 과정에서 후발 주자인 모닝365, 알라딘 등이 성장하면서 인터파크와 함께 4개 업체가 10% 내외의 유사한 시장 비중을 보이고 있다.
● 과점 경쟁 하에서 점유율 변화가 심한 편
전체적으로 볼 때 1~5위 상위 업체들간 과점 균형 가운데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따른 점유율 기복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바타가 뜨던 당시에는 네오위즈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지식 검색이 뜨면서 네이버가, 싸이월드가 히트하면서 네이트 닷컴이 부상하는 식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에도 가격 인하 폭이 큰 곳을 찾아 소비자들의 부침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사간 제공하는 서비스간에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이 된다.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 단골을 쉽게 저버린다. 아바타, 지식 검색, 블로그 등도 처음에야 새롭지만 얼마 안가 모든 경쟁 사이트에 장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다시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서비스보다 가격 요인에서 오히려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특정 서점이 가격을 인하하면 경쟁 서점이 동반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가격 추락이 결국은 결국 제3자가 중재에 나서 도서 가격 정찰제로 일단 조정이 되었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시시각각 가격 인하 변동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상황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제품, 서비스가 크게 차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게 된다. 경쟁사의 모든 정보를 얼마든지 쉽게 획득하는 소비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기대하는 일도 소용없는 일이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생각보다 한 발 앞서가는 노력이 절실해진다.
토종 무대에서는 강했지만 글로벌화는 갈 길 멀다
우리 나라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요한 특징 으로 토종의 파워가 유독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점, 인터넷 쇼핑은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인터넷 포탈, 온라인 게임에서 두드러진다.
인터넷 포탈에서 야후,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고전하는 일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검색 시장의 32%를 차지하는 구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은 다음을 필두로 네이버, 네이트 등이 시장 초기의 강자인 야후, 라이코스 등을 누르고 상위권을 공고하게 지키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 산업에서 유독 토종이 득세하는 영역이다. 국내 게임 시장은 시장 초기부터 해외 제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세분화 된 게임 영역으로 보면 아케이드 게임의 80%, PC게임의 85% 이상을 외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일본 제품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만은 넥슨, 엔씨 소프트 등 국내 기업들의 독무대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토종시장에서 보여준 우세를 보기 어렵다. 올해 8월, 다음은 미국의 라이코스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라이코스는 미국 내 인터넷 포탈 순방문자 수에서 9위에 랭크되어 있는 기업으로 이미 42개국에서 20개 언어로 전세계 4,500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탈 서비스의 본격적인 세계화 신호탄인 셈이다.
사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NHN은 이미 2000년에 일본에 진출하여 한게임재팬이라는 게임 포탈을 통해 현재 6백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6월초에는 조심스럽게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기도 하였다. 우리와 시장 환경, 국민 정서가 유사한 일본 시장에 다음, 네오위즈 등 국내 포탈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 가운데 세계화 수준이 가장 높은 엔씨소프트의 지난 해 해외 매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주요 포탈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했다고 하지만 게임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라이코스의 브랜드 가치는 득이 될 터이지만 다음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메일, 커뮤니티 등을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는 데는 기존 장벽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 온라인 사업에서의 토착화 요구 높다
흔히 온라인 산업이 오프라인에 비해 글로벌 장벽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수의 사용자들이 북적대고 경쟁 기업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대개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국 소비자에게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방문자들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끊임없이 고객 입맛을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사업에서 토종 기업이 유독 강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까다롭기 이름난 한국 소비자들을 대응하는 일은 글로벌 선두 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의 검색 능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지식 검색, 카페, 싸이월드 등의 정교한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인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향후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e-business 사업에서 아직까지 절대 강자는 없는 듯하다.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인 닻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후의 경쟁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오프라인에 비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성과의 부침이 심한 온라인 사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성향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기업이 지속적인 승리를 쌓아 갈 것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끝-
우리나라 e-business 기업들의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 영역 가운데 순수 인터넷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포탈, 인터넷 쇼핑, 게임, 온라인 서점 등을 대상으로 그간의 e-business 성과를 되짚어 본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은 우리 나라의 인터넷 빅뱅기였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새로운 환경에 모험 정신으로 무장한 다수의 벤처 기업,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초반의 장미빛 기대를 뒤로 하고 일부는 낙제점을, 일부는 성공적인 안착으로 작지만 알찬 결실을 보고 있다. 한국이라는 안방에 국한된 사업 영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활발한 시점이다.
조금씩 우리나라 온라인 기업들의 중간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 가운데 순수 인터넷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포탈, 인터넷 쇼핑, 게임, 온라인 서점 등의 e-business 성과를 통해 한국 소비 시장의 주요 특징들을 되짚어 본다.
비즈니스 아이템의 수명 주기가 짧았다
우리나라 e-business 특성의 하나로 사업 모델이나 아이템들의 수명 주기가 상당히 짧았다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동안 e-business 업계에는 수 많은 스타 기업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기업들, 비즈니스 아이템들도 적지 않다. 한 때 아이러브스쿨, 인티즌, 심마니 등은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던 화려한 스타들이었다. 아이러브 스쿨은 2000년 9월 당시에는 전세계 사이트 가운데 6위의 페이지 뷰에 랭크될 정도로 막강한 사세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시장에서도 50~60위 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의 경우에도 수명 주기가 짧은 편이다. 이제 막 최정상에서 멈칫하는 아바타의 예를 보자.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분신에게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 입힐 수 있는 아바타 서비스는 인터넷 광고에 이은 또 하나의 중요한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바타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바타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세이클럽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 해 수준인 80억원 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바타에 환호하던 시기가 불과 1년 남짓, 비교할 데 없이 짧은 수명 주기이다. 다음(Daum)의 카페, 프리챌의 커뮤니티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싸이월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언제 식을 지 모르는 일이다.
● 변덕스러운 한국 소비자들
온라인 시장 진입 초기에 새로운 서비스에 쏠리는 소비자 관심의 크기는 이후의 몰락을 더욱 초라하게 한다. 대부분의 e-business 사업들은 초기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신 한 번 식상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썰물처럼 일거에 빠져 나간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빠른 변화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 특성도 한 몫 거든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휴대폰 교체 주기를 들 수 있다. 현재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1년 6개월에 한 번 꼴로 휴대폰을 바꾼다고 한다. 가입과 이탈에 훨씬 자유로운 온라인 비즈니스는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나홀로 성장이 아닌 동반 성장이었다
흔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나 지출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틀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난 3~4년간의 시장 추이는 상식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 대상이 된 모든 산업에서 e-business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도 동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매 유통업의 경우를 보자. 1998년만 해도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인터넷 쇼핑몰 매출 규모는 2003년 6조 9천억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통 채널의 등장으로 오프 라인 시장이 상당히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동일한 기간 경제 성장도 미미하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물론이고 재래시장, 대형 할인점, 백화점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소매 시장 유통업의 성장 추이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그림> 참조). 전체 소매 유통업 규모는 1998년 88조에서 2003년에는 140조 규모로 성장한다. 물론 1998년에는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집계에도 포함되지 못하던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률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 쇼핑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동반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은 서점, 게임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의 성장이 눈부시다(<표 1> 참조). 2000년 567억원 매출에서 2002년 5,254억원으로 연평균 200% 성장한 셈이다. 교보, 종로 서적 등 오프라인 서점이 가격 인하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이 축소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장 매출의 절대액은 확대되었다. 오프라인 서점 자체 매출은 2000년 2,115억원에서 2002년 3,114억원으로 증가하였다.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시장 성장에 일조를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온라인의 소비 부양 효과 큰 편
이에 대한 설명으로, 먼저 온라인 사업이 오프라인 영역에 끼치는 소비 부양 효과를 들 수 있다. 서점의 예를 보면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책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일이 상당히 수월해 진 것이 사실이다. 이전보다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제 온라인에서의 책 읽기 습관이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이 되는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의 성장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프라인 서점 역시 동반 효과에 기대어 사세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소매 유통업에서 두드러지는 내용으로 취급 제품 카테고리 확대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이전에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던 품목들이 할인점, 편의점에서 한꺼번에 취급되고 있다. 할인점을 기존의 동네 슈퍼마켓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식음료 이외에도 가구, 가전 제품, 가정용 공구, 제빵·제과 등을 모두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취급하는 제품의 카테고리는 할인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다.
붙박이 시장 선도자가 없었다
지난 해 말 한 인터넷 전문 조사업체가 발표한 ‘올해의 인터넷 이슈’ 중 1위는 야후를 제치고 포탈 사이트 2위에 등극한 NHN의 ‘네이버’ 스토리였다. 단순한 검색 방식에 머물던 시장에서 ‘지식 검색’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의 성공이 기여한 바 크다. 네이버를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네이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4월 순방문자 수 1천8백90만 명을 기록하면서 2위 야후를 제치고 처음으로 3위에 올라섰다. 네이트는 2002년 12월 만해도 월 방문자 수 890만 명으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업체였으나 라이코스와 합병, 자매 사이트인 싸이월드의 인기 등에 힘입어 선두권에 안착했다.
흔히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선점자 우위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지게 되어 후발 주자들은 새로운 시장 침투가 어렵다고 한다. 사실 인터넷 포탈 초기의 강자 야후의 선점자 우위가 그렇게 빨리 깨어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국내 주요 포탈 상위 5개 업체의 성과를 보자.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부분이 지난 3년간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의 부침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표2> 참조). 야후 코리아는 한 때 상당 기간 1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10% 수준에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2001년 15%에 불과했던 네이버(NHN)는 2003년 40%로 선두가 된다. 2001년 16%에서 한 자리 수로 추락한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의 성장이 기대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상위 5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2000년 삼성몰이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LG홈쇼핑의 인터넷 쇼핑 부문 매출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으나 2002년에는 1위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상위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2000년 당시 43%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교보문고가 3년 후 16%로 추락하고 있다(<표3> 참조). 이 과정에서 후발 주자인 모닝365, 알라딘 등이 성장하면서 인터파크와 함께 4개 업체가 10% 내외의 유사한 시장 비중을 보이고 있다.
● 과점 경쟁 하에서 점유율 변화가 심한 편
전체적으로 볼 때 1~5위 상위 업체들간 과점 균형 가운데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따른 점유율 기복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바타가 뜨던 당시에는 네오위즈의 점유율이 올라가고, 지식 검색이 뜨면서 네이버가, 싸이월드가 히트하면서 네이트 닷컴이 부상하는 식이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에도 가격 인하 폭이 큰 곳을 찾아 소비자들의 부침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사간 제공하는 서비스간에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주요한 원인이 된다.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 단골을 쉽게 저버린다. 아바타, 지식 검색, 블로그 등도 처음에야 새롭지만 얼마 안가 모든 경쟁 사이트에 장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다시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서비스보다 가격 요인에서 오히려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특정 서점이 가격을 인하하면 경쟁 서점이 동반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가격 추락이 결국은 결국 제3자가 중재에 나서 도서 가격 정찰제로 일단 조정이 되었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시시각각 가격 인하 변동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상황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제품, 서비스가 크게 차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게 된다. 경쟁사의 모든 정보를 얼마든지 쉽게 획득하는 소비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기대하는 일도 소용없는 일이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생각보다 한 발 앞서가는 노력이 절실해진다.
토종 무대에서는 강했지만 글로벌화는 갈 길 멀다
우리 나라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요한 특징 으로 토종의 파워가 유독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서점, 인터넷 쇼핑은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인터넷 포탈, 온라인 게임에서 두드러진다.
인터넷 포탈에서 야후,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고전하는 일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검색 시장의 32%를 차지하는 구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은 다음을 필두로 네이버, 네이트 등이 시장 초기의 강자인 야후, 라이코스 등을 누르고 상위권을 공고하게 지키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 산업에서 유독 토종이 득세하는 영역이다. 국내 게임 시장은 시장 초기부터 해외 제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세분화 된 게임 영역으로 보면 아케이드 게임의 80%, PC게임의 85% 이상을 외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일본 제품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만은 넥슨, 엔씨 소프트 등 국내 기업들의 독무대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토종시장에서 보여준 우세를 보기 어렵다. 올해 8월, 다음은 미국의 라이코스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라이코스는 미국 내 인터넷 포탈 순방문자 수에서 9위에 랭크되어 있는 기업으로 이미 42개국에서 20개 언어로 전세계 4,500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탈 서비스의 본격적인 세계화 신호탄인 셈이다.
사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NHN은 이미 2000년에 일본에 진출하여 한게임재팬이라는 게임 포탈을 통해 현재 6백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6월초에는 조심스럽게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기도 하였다. 우리와 시장 환경, 국민 정서가 유사한 일본 시장에 다음, 네오위즈 등 국내 포탈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 가운데 세계화 수준이 가장 높은 엔씨소프트의 지난 해 해외 매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주요 포탈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했다고 하지만 게임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라이코스의 브랜드 가치는 득이 될 터이지만 다음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메일, 커뮤니티 등을 글로벌 시장에 이식하는 데는 기존 장벽이 상당하다는 판단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 온라인 사업에서의 토착화 요구 높다
흔히 온라인 산업이 오프라인에 비해 글로벌 장벽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수의 사용자들이 북적대고 경쟁 기업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대개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국 소비자에게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방문자들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끊임없이 고객 입맛을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사업에서 토종 기업이 유독 강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까다롭기 이름난 한국 소비자들을 대응하는 일은 글로벌 선두 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의 검색 능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지식 검색, 카페, 싸이월드 등의 정교한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소비자들을 유인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향후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e-business 사업에서 아직까지 절대 강자는 없는 듯하다.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인 닻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후의 경쟁 상황은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오프라인에 비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성과의 부침이 심한 온라인 사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성향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기업이 지속적인 승리를 쌓아 갈 것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끝-
출처: LG경제연구원 9/3